712새벽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가는 날이니까 일어나서 내가 만든 된장찌개를 먹고 화장을 하고 뒤늦게 메가커피를 갔다. 전에는 5시간 반 일했지만 지금은 6시간 일한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것 같아.일하면서 멍 때리는 순간이 또 많았다. 조금 우울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면 그래 예를 들면 코로나 이런 거 여기서 코로나를 얼마나 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무리 마스크를 써도 가끔 음료수를 마시고 손님의 신용카드를 받는다. 라텍스 장갑을 끼더라도 금방 물에 젖어 축축해지고 이를 얼마나 믿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면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왜 무기력한 건지 우울한 건지조차 모른 채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다행히 음료는 요즘 잘 만든다. 스무디나 프라페, 폰크래쉬류가 나오면 예전처럼 연하게 하지 않고 얼음을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컵에 담아 먹을 때 스푼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커피 메뉴가 좋았는데 요즘은 음료 메뉴가 더 재미있어서 좋다'. 휘핑크림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쿠키를 올려 먹는 것도 좋다. 커피 가루를 떨어뜨리고 새로 원두를 만드는 과정이 좀 지루해서 그런가 보다.일하고 있는 중에 문득 나의 새로운 친구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오픈카카오톡 방이 많은데 모든 카카오톡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읽기만 하는데 최근 한 팟캐스트의 팬으로 참여한 단톡방은 수가 적어 서로 금방 친해졌다. 외롭고 우울했지만 그들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일하는 동안 문득 기운이 났다.그래서 '그 사람들은 매일 연락하고 대화하는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지탱할 끈이 생기는구나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쁘다 전에는 그 사람이 남자친구뿐이었는데.오늘은 남자친구에게 매우 서운했다. 함께 앱으로 투두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자고 했지만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인 그가 자신은 이런 걸 잘 안 한다며 거절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요즘은 데이트 메이트,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friend with benefit(fwb) 같다. 그래서 속상해서 집에 와서 시리얼을 슥슥 먹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잤다. 자려고 했던 건 아닌데 스윽 그래서 눈을 떴는데 이 시간이라 양치하고 고양이들 밥하고 물 넣고 방 불 껐다 문득 남에게 의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헛된 희망인가를 생각했다. 단톡방 사람이든 남친이든... 사람은 지속가능한 악원이 아니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거기서 항상 휘청거린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과 연대가 너무 따뜻하고, 과장되게 행동하고, 기뻐하고, 결국은 거절당한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이제 남자친구에게조차 헛된 희망 같은 건 버리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면 돼 그때 나는 픽션에 기대어 픽션 인물들과 대화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되찾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지속가능한 낙원이니까 나를 배신하거나 질리지는 않으니까. 나는 약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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